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은 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유전자 치료의 일종으로, 광수용체가 완전히 사라진 전맹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맹 환자의 망막광수용체가 손상되어 옵신 단백질(이하 옵신)이 빛을 감지하지 못합니다. 광유전학 기술은 이러한 옵신의 생성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손상된 광수용체 대신 양극 세포신경절 세포에 전달합니다. 그 결과, 유전자를 전달받은 세포에서는 옵신이 생성되어 빛을 감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전에는 인공 망막만이 전맹 환자가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인공 망막은 안구 뒤쪽에 이식된 전극칩이 특수 안경으로부터 전기 자극을 받아 인공 시각을 형성하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현재 미국 세컨드 사이트Second Sight사의 ARGUS II는 상용화되었으며, 프랑스 픽시움 비지옹Pixium Vision사의 PRIMA는 임상 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인공 망막은 삽입 가능한 전극의 수가 적어 해상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와 달리, 광유전학은 세포 단위에서 빛을 감지하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해상도의 시력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광유전학은 망막 세포에 전달하는 유전자가 어떤 옵신을 발현시키는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기존에는 녹조류에서 유래한 채널로돕신 단백질(이하 채널로돕신)을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최근에는 사람 고유의 옵신을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활용해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녹조류 유래 채널로돕신을 이용한 치료제

옵신의 일종인 채널로돕신은 바다의 녹조류Green Algae가 특정한 파장의 빛을 향해 움직이게 만듭니다. 광유전학 기술은 이러한 채널로돕신을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환자에게 이식해 빛에 반응하고 뇌에 전기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합니다.

옵신의 종류에 따라 감지할 수 있는 빛의 파장이 다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파장은 약 400~700nm로, 가장 긴 파장(700nm)의 빨간색부터 순서대로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그리고 가장 짧은 파장(400nm)의 보라색까지 있습니다. 녹조류의 채널로돕신은 저마다 특정 파장의 빛에만 반응하고, 사람의 옵신은 모든 파장의 빛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녹조류에서 유래한 채널로돕신을 활용한 치료제로는 미국 엘러간Allergan사의 RST-001과 프랑스 젠사이트 바이오로직스Gensight Biologics사의 GS030이 있으며, 두 치료제 모두 임상 1/2상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미국 바이오닉 사이트Bionic Sight사 또한 AGTC사와 함께 BS01에 대한 임상 1/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널로돕신은 실제 사람의 옵신보다 광민감성이 낮아 야외처럼 밝은 빛이 있는 환경에서만 시각을 형성합니다. 따라서 치료제와 더불어 빛의 강도를 증폭시키는 특수 안경을 착용해야 낮은 조도에서도 잘 볼 수 있습니다.

사람 유래 옵신을 이용한 치료제

녹조류에서 유래한 채널로돕신은 저조한 광민감성과 더불어 사람의 원래 단백질이 아니기 때문에 체내 면역 반응에 대한 위험성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의 고유한 옵신을 활용한 치료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2015년 미국 UC버클리 대학 연구팀은 사람의 옵신이 더 높은 광민감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으며, 이후 베데레 바이오Vedere Bio사를 설립했습니다. 현재 해당 제약사는 노바티스Novartis사에 인수되어 치료제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나노스코프Nanoscope Therapeutics사는 조도가 낮은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백질인 재조합 옵신 MCO1Multi-Characteristics Opsin을 설계했습니다. vMCO-010은 이러한 MCO1을 활용한 광유전학 치료제로, 특수 안경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전까지 개발된 치료제는 옵신을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주로 신경절 세포에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나노스코프사의 vMCO-010은 광수용체에서 생성된 신호가 양극 세포를 거쳐 신경절 세포를 지나는 원리에서 착안해 광수용체와 더 가까운 양극 세포에 옵신을 전달합니다.

한편, 국내 카이스트의 허원도 교수는 빛으로 면역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심화된 광유전학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파킨슨과 치매 등 뇌질환 치료는 물론 전맹 질환 연구에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참고 문헌
  1. 실명퇴치운동본부
  2. https://www.addgene.org/guides/optogenetics/
  3. Busskamp, V., Picaud, S., Sahel, J. et al. Optogenetic therapy for retinitis pigmentosa. Gene Ther 19, 169–175 (2012).
  4. Sahel, JA., Boulanger-Scemama, E., Pagot, C. et al. Partial recovery of visual function in a blind patient after optogenetic therapy. Nat Med (2021).
  5. Gaub, B.M., Berry, M.H., Holt, A.E., Isacoff, E.Y. & Flannery, J.G. Optogenetic Vision Restoration Using Rhodopsin for Enhanced Sensitivity. Mol Ther 23, 1562-1571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