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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부키 증후군 치료제 개발을 향한 최신 연구
- 가부키 증후군 환자 커뮤니티
- 가부키 증후군 Q&A
가부키 증후군은 현재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제가 없어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치료가 주를 이뤄요.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가부키 증후군의 발병 기전과 치료법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치료제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연구가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어요.
- 이 글을 읽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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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성유전학적 기전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해할 수 있어요.
- 가부키 증후군 치료제의 최신 연구 동향을 알 수 있어요.
1. 줄기세포로 가부키 증후군 유전자 편집 기술의 전망을 밝히다
2020년,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병원은 가부키 증후군에 특이적인 줄기세포 은행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가부키 증후군 환자 4명과 같은 성별의 부모에게서 채취한 섬유모세포Fibroblast를 줄기세포로 되돌리고자 했는데요.
이를 통해 KMT2D 유전자에 관한 후성유전학적 기전을 연구하고, 나아가 유전자 편집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하려 한 것이죠.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란?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어요. 그러나 어떤 단백질이 얼마만큼 만들어져야 하는지는 유전자 혼자 결정하지 않아요.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화학 물질, 오염 물질, 자외선 등 수많은 인자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지요.
이처럼 염기서열 자체에는 변화가 없지만, 환경과 생활 방식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고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현상을 ‘후성유전’이라 하고,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후성유전학’이에요.
후성유전학적 기전에는 크게
-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 히스톤 변형Histone Modifications(메틸화/아세틸화)을 통한 염색질 응축 정도 조절
이렇게 두 가지가 있어요.
먼저 DNA 메틸화는 DNA의 특정한 염기서열에 ‘메틸기Methyl group’라는 작은 분자가 결합하는 과정으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요.
한편, DNA를 감아서 응축시키는 히스톤의 특정 아미노산에도 메틸기나 아세틸기Acetyl group가 결합하는데요. 결합하는 위치에 따라 메틸기는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고, 아세틸기는 유전자 발현을 촉진해요.
이러한 과정을 거쳐 히스톤의 구조가 바뀌면 DNA가 응축된 정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유전자 발현이 조절된답니다.
가부키 증후군뿐만 아니라 암이나 자가면역질환 등 여러 질환이 DNA 메틸화나 히스톤 변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후성유전학 연구는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특히 최근에는 암 치료에 종양 억제 유전자의 메틸기를 떼어 내는 ‘DNA 탈메틸화’ 기술이 활발히 쓰인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Gene Editing이란?
유전자 편집 기술은 생명체의 DNA를 변화시키는데요. 옷의 해진 부분을 오려 내고 새로운 천을 덧대어 꿰매듯이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제대로 기능하는 유전자를 넣기 때문에 ‘유전자 가위Gene Scissor’로도 불려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 개발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도입하려는 희귀질환에는 낭성 섬유증, 듀센형 근이영양증, 겸상 적혈구 빈혈, 지중해 빈혈, 원발성 면역결핍 증후군, 혈우병 등이 있어요.
크리스퍼CRISPR란?
크리스퍼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잘라 유전자 편집을 가능하게 만드는 RNA 기반 인공 제한효소로, 앞서 소개한 유전자 편집 기술 중 하나예요.
크리스퍼는 크게 편집하고자 하는 DNA를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RNA와 DNA를 절단하는 효소인 Cas9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크리스퍼는 이전 세대의 유전자 가위보다 간단한 과정을 거쳐 빠르게 생산할 수 있고, 원하는 부위를 더욱 정교하게 잘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에 2015년, 크리스퍼는 최고 혁신 기술로 선정된 바 있으며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질환이나 에이즈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이 외에도 가부키 증후군 원인 유전자의 기전을 밝혀 치료제 개발에 가까워지려는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두 가지 더 소개해 드릴게요.
2. 가부키 증후군 환자의 연골 및 뼈 형성 이상의 원인을 찾다
2020년, 생명과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저널인 《Nature Genetics》에 이탈리아 연구진의 가부키 증후군에 관한 논문이 발표되었어요.
연구진은 가부키 증후군 환자의 세포에서 발견한 유전자 변이를 건강한 줄기세포에 넣어 실험실 환경에서는 처음으로 가부키 증후군의 발병을 재현한 것인데요.
이 과정을 통해 가부키 증후군 환자의 세포에서 발생하는 핵 구조 변화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어요. 나아가 연골과 뼈가 만들어질 때 세포 간 신호 전달이 잘못되어 가부키 증후군의 특징인 연골 및 뼈 형성 이상이 발생한다는 사실 또한 밝혀냈고요.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핵 안에 있는 ATR이라는 단백질을 억제해 유전자 변이로 인한 증상을 되돌리는 치료법을 시도했어요. 또한 가부키 증후군 환자의 연골 및 뼈 형성 과정을 정상화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해요.
3. KMT2D 유전자 변이와 성장 지연의 연결 고리를 잇다
KMT2D 유전자 변이가 가부키 증후군의 주요 원인 유전자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가부키 증후군 증상과의 상관관계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었는데요.
2021년 1월 11일,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논문을 통해 KMT2D 유전자와 성장호르몬 결핍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졌어요.
즉, KMT2D 유전자가 성장호르몬방출호르몬, 즉 GHRHGrowth Hormone-Releasing Hormone를 분비하는 뉴런의 생성을 제어한다는 사실인데요.
연구에 따르면 시상 하부에 KMT2D 유전자 변이가 있는 쥐는 GHRH를 분비하는 뉴런의 수가 현저히 적었고, 그에 따라 성장도 느렸다고 해요.
이와 동일하게 사람에게서도 KMT2D 유전자의 기능 상실 변이Loss of function가 발생하면, 그에 따라 GHRH를 방출하는 뉴런의 수가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의 양이 줄면서 가부키 증후군 환자의 특징인 성장 지연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여요.
더불어 KMT2D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활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KMT2D 유전자는 가부키 증후군의 다양한 증상을 치료하는 데 있어 표적 분자Target Molecule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요.
참고 문헌
- ClinicalTrials
- Huisman et alThe histone H3-lysine 4-methyltransferase Mll4 regulates the development of growth hormone releasing hormone-producing neurons in the mouse hypothalamus. NATURE COMMUNICATIONS 2021.12:256
- A novel finding on Kabuki syndrome, a rare genetic diesase
- Fasciani, A., D’Annunzio, S., Poli, V. et al. MLL4-associated condensates counterbalance Polycomb-mediated nuclear mechanical stress in Kabuki syndrome. Nat Genet 52, 1397–1411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