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킨정 5일 차. 도파민의 보충과 소실 사이에서 오가는 증상의 대비가 신체적으로 불편한 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40년 간 이런 반복되는 증상들이 나를 괴롭혔지만 정상적인 사람처럼 지낸다고 애 써온 내가 부쩍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정신과 진료에서도 이 원인모를 증상이 나를 괴롭혀 온 시간과 약물로 허무하게 사라진 증상들 사이에서 내 삶의 지난 무게가 컸다는 것을 토로했다. 나는 정말 많은 합병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약으로 조절이 되는 것들은 도움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먹는 약이 한 과에서 한 알 내지는 대여섯알이 10개 과가 쌓여서 서로 다른 인체에 미치는 약을 먹는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약물상호작용에 민감한 편이라 약 때문에 더 아프지 않냐는 사람들의 말에 약리학으로 반박할 수 있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이해를 시키기 어렵다. 내가 증상이 즉각적으로 좋아지는 부분의 약을 먹지 않는다면 삶의 질을 떠나서 생명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해서 약을 쓰고 있다. 여러 과에서 쌓인 약이 하루에 40 알이면 통상적으로 많은 약이지만 디스토니아가 좋아지면 일부 약은 감량을 해볼 여지도 보이기 때문에 오늘도 의사와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유전질환에서 약물이란 증상과 합병증을 조절해 주는 수준에서 쓰게 되는데 효과 있다면 감사히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의사와 상의 후에 약을 바꾸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생긴다. 병이 낫는 방법은 없지만 삶의 질을 높여가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후회가 없다. 더이상 고통스러운 시간이 길어지길 원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