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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전해 드린 신동혁 님의 이야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신 덕분에, 지난 번에 이어 이번에도 신동혁 님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게 되었어요.
신동혁 님은 국내 최초의 FOP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계신데요,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 임상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 매우 상세한 후기를 들려 주셨어요. 지금부터 함께 이야기를 들어 볼게요.
지금 프랑스 제약사의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네. 입센(IPSEN)이라는 제약사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 2상에 참여하고 있어요.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해외에서는 엄청 유명한 제약사더라고요.
임상시험에 참여한 과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제약사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있어요. 처음에는 서울대병원에 등록되어 있는 환자들 중 제약사의 요구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들에게 문자로 안내가 왔어요.
문자를 받고 병원에 가서 한두 시간 정도 임상시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상담을 하면서 조건이 맞는지 확인했어요. 조건이 맞는다는 점을 확인한 뒤에도 병원에 다시 방문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했어요. 이 검사까지 최종 통과해야 임상시험 참여가 확정돼요.
그러면 그 검사에서는 무엇을 확인하나요? 유전자 검사인가요?
그건 아니고요. 심장 초음파 검사, 심전도 검사, 폐기능 검사 같은 기본적인 검사를 했어요. 심장 초음파 검사가 좀 오래 걸려서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럼 검사를 통과하면 연락을 바로 주시나요?
네. 통과 여부와 일정을 알려 주세요. 지금 임상시험에 참여 중이신 분이 저를 포함해서 총 3명인데, 처음에 검사받으신 분들은 더 많았어요. 다들 검사에서 기준에 맞지 않아서 탈락하신 거죠. 제가 첫 참여자였고, 그 이후에 두 분이 추가로 참여하셨어요.
- Editor's Note
- 임상시험 대상 질환 환자라고 해서 모두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질환의 중증도나 양상, 치료 이력 등에 따라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임상시험 동의서에 서명했더라도,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선별 검사를 통과해야 최종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어요.
적격 판정을 받고 본격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하셨는데, 프랑스에 가신 적도 있나요? 대만에 직접 가서 임상시험에 참여한 분도 뵌 적이 있어요.
아뇨. 서울대병원에서만 했어요. 프랑스에 가지 않아도 서울대병원에서 제약사가 원하는 검사를 다 할 수 있거든요.
검사는 서울대에서 하고 결과는 프랑스에 보내서 검토한 뒤에 알려 줘요. 만약 프랑스에 가야 했다면 저는 코로나 때문에 참여를 포기했을 것 같아요.
임상시험 첫날은 어떠셨나요?
제가 최초 참여자였고, FOP 임상실험 자체가 국내에서 최초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조금 어수선했어요. 진행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더라구요.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지기도 하고, 검사 항목마다 검사받는 장소가 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동을 많이 해야 했어요. 코디네이터 선생님이랑 간호사 선생님이 도와 주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힘들긴 해서, 그 점이 아쉽더라고요. 그냥 한 곳에서 대기하다가 한꺼번에 다 하면 좋겠어요.
첫날은 혈액 검사, 소변 검사, 심전도 검사를 하고 약을 먹었어요. 약은 하루에 한 번 먹고, 몇 시간 간격으로 계속 혈액 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해요. 이걸 이틀 동안 총 5번 반복했어요. 검사가 오래 걸리니까 입원해서 해도 되는데, 저는 그냥 집이랑 병원을 왔다갔다했어요. 지방에서 서울 병원까지 가려니까 힘들더라고요.
이틀 동안 다섯 번이나 검사를 하셨다니 고생 많으셨네요. 병원은 총 몇 번 가시면 되나요?
총 6번 정도 가면 되는 것 같아요. 처음 검사받았던 게 작년 7월이었고, 두 번째는 8월 중순, 세 번째는 10월이었어요. 세 번째 검사 이후에는 3개월에 한 번씩만 오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중간에 추가로 검사가 필요하면 연락을 주신다고 하셨어요.
그렇군요. 아까 FOP 임상시험에 최초로 참여하셨다고 하셨는데 지금 참여 중이신 임상시험이 국내 최초의 FOP 임상시험인가요?
네. 해외에는 임상시험 사례가 조금 있는데, 국내에서는 제가 참여한 임상시험이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원래는 2019년부터 진행해서 지금쯤 3상 정도까지는 갔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3년 이상 늦어졌어요.
아이고. 코로나 때문에 생기는 변수가 정말 많네요. 추가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다들 참여 신청만 하면 100% 다 되시는 줄 아시지만 제약사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넘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참여 의사를 밝히신 분 중에 선별 검사를 통과한 환자가 3명밖에 없거든요.
다른 제약사에서도 임상시험이 진행된다고 하는데 조건이 조금 다르다고 해요. 여러 개의 임상시험을 한꺼번에 참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제가 참여하지 않는 임상시험의 진행 상황은 잘 모르지만, 지방에 거주하시는 분이 많다 보니 서울까지 와서 상담하고 검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참여 기준이 매우 까다로운가 봐요. 지금 참여 중이신 임상시험에는 어떤 기준이 있나요?
일단 나이는 성인이어야 되고, 임상시험 진행 날짜를 기준으로 1년 이내에 증상이 진행되었어야 해요. 이 기준에 맞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선별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에서 기준을 충족해야 참여할 수 있는 거죠.
1년 이내에 증상이 진행되었다는 점은 어떻게 증명하나요?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보통은 정기 검진을 받기 때문에 기록이 다 남아 있어요. 그래서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는 없어요. 1년 내에 증상이 진행된 적이 없다면 애초에 참여를 할 수가 없죠.
모두가 원하는 임상시험에 다 참가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약 효과는 어떠신가요?
증상이 매일 나타나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전보다는 몸 상태가 조금 좋아졌어요. 임상시험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치료제를 먹기 전까지는 먹을 약이 진통 소염제밖에 없었거든요.
지금 임상시험 중인 치료제는 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해요. 이미 진행된 것은 어쩔 수 없지만요. 아직 병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면 이 약을 먹고 일반인들처럼 살아갈 수도 있는 거예요.
약효가 좋은가 보네요. 위약을 먹어야 할 때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럴 때는 미리 말을 해 주시나요?
아뇨. 어떤 약이 진짜인지는 제약사만 알아요. 2년 동안 가짜 약이랑 진짜 약을 무작위로 번갈아서 먹는다고 들었어요. 언제 진짜 약을 먹는지는 저도 알 수 없고, 의료진도 몰라요.
- Editor’s Note
- 임상시험에서는 시험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평가하기 위해 치료 효과가 없는 가짜 약(위약)이 활용돼요. 진짜 약과 모양, 크기, 색깔 등이 모두 동일하지만 치료 효과는 없는 약이죠.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참여자에게는 진짜 약과 가짜 약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는데, 환자와 의료진 모두 어떤 약이 진짜인지 모르게 하여 진행하는 방식을 ‘이중 맹검’ 방식이라고 해요.
2상 결과는 언제쯤 나올까요?
결과가 바로 나올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아마 2024년 7월까지는 약을 먹을 거고, 저보다 늦게 시작한 분들도 있으니까 그분들까지 고려하면 2024년 연말까지 진행되지 않을까 싶네요.
3상까지 다 마무리되고 정식 약이 출시되려면 앞으로 3~4년은 걸리겠네요.
아무리 빨라도 5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미국 FDA에서 통과되는 것과 별개로 한국에서 출시되려면 또 다시 승인을 받아야 되거든요. 그렇게 추가로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넉넉잡아 5년은 걸릴 것 같아요.
- Editor’s Note
- 해외에서 개발된 치료제가 FDA의 승인을 받더라도, 국내에서 정식 판매되려면 대한민국 식약처에서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 해요. 그리고 급여 적용을 받으려면 심평원에서 또 심사를 해야 하죠.
이러한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2023년 1월부터는 대체 의약품이 없는 치료제 등을 대상으로 사전 협의제가 도입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임상시험 참여를 결정하셨을 때 어떤 점을 기대하셨나요?
솔직히 저는 이미 병이 오랫동안 진행된 상태라 지금보다 상태가 더 좋아질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저의 개인적인 회복을 바라기보다는 미래를 생각했어요. 미래에는 이 병으로 고통받지 않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거든요.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가 나오면 미래에는 발병 초기부터 치료제를 먹고 병을 진행시키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미래의 다른 환자들을 위해 큰 결정을 내리셨네요.
하루라도 약이 빨리 출시가 돼야 증상이 경미한 분들께 희망을 줄 수가 있잖아요. 지금은 진통 소염제로 통증을 완화시키거나 진행 속도를 조금 늦추는 방법밖에 없으니까 많은 분들이 답답해하시거든요.
그리고 요즘은 어린 환자들도 많아요. 아이가 가벼운 감기만 앓아도 부모 마음은 정말 속상하잖아요. 좋은 약이 출시되면 지금보다는 다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 빨리 좋은 결과가 나와서 3상까지 진행되면 좋겠어요.
만약 임상시험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많은 분들이 실망하실까봐 걱정되기도 하지만, 제가 조금 희생하더라도 최대한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면서 참여하고 있어요.
제가 다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오늘 인터뷰는 여기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임상시험을 위해 먼 거리를 오가는 것이 힘들 텐데도, 미래의 다른 환자들을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신동혁 님의 모습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신동혁 님의 간절한 마음만큼 정말 좋은 결과가 나와서 하루빨리 치료제가 출시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추운 겨울이지만 신동혁 님의 진솔한 이야기에서 따스함을 느끼셨기를 바래요.
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되는데요, 가족, 친구, 동료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명절이 되시길 바래요. 다음 인터뷰에서도 따뜻한 이야기와 함께 돌아올게요. 그럼,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