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환자는 길고 긴 진단 방랑Diagnostic journey을 끝내고 낯선 이름의 질환과 마주하게 됩니다. 대부분 외국어나 의학 용어로 된 진단명은 발음조차 쉽지 않습니다. 이름에 숨겨진 의미나 질환이 명명되기까지의 사연도 질환명만 봐서는 유추하기 어렵습니다.

흔히 들어 본 메르스나 에이즈와 같은 질환은 증상의 첫 번째 글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메르스(MERS)는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로, '중동 지방의 호흡기 증후군'이라는 뜻이고 에이즈(AIDS)는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약자로, '후천적으로 면역이 결핍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증상의 첫 글자를 따서 명명된 질환을 소개합니다.

1. 캐치22 증후군CATCH22 syndrome

22번 염색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22번 염색체 장완 미세 결실 증후군22q11.2 microdeletion syndrome은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1968년 처음 이 질환을 기술한 미국의 의사 디 죠지Di George의 이름을 딴 디죠지 증후군 또는 증상의 첫 글자를 딴 캐치22 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캐치22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캐치-22Catch-22》는 미국의 작가 조지프 헬러Joseph Heller의 소설명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며, 소설에서 병사가 폭격 임무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정신 이상자임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정신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할 정도라면 정신에 이상이 없음을 반증하는 꼴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폭격 임무에서 면제되지 않습니다. 반면, 이미 정신에 이상이 있는 병사는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하는 폭격 임무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습니다. 즉, 정신 이상자라면 면제 신청을 할 수 없고 면제 신청을 했다면 정신 이상자가 아니라는 순환 논리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의 소설 제목에서 유래한 ‘catch-22’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즉 진퇴양난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질환을 명명할 때에는 자주 사용되지 않습니다.  

2. 차지 증후군CHARGE syndrome

CHD7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차지 증후군도 증상의 첫 글자를 따서 지어졌습니다.

차지 증후군은 원인 유전자가 밝혀지기 전까지 차지 연관CHARGE association으로 불렸습니다. 이후 CHD7 유전자 변이가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차지 증후군으로 불립니다.

증상의 첫 글자를 따서 지어진 질환의 이름에는 모든 증상이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증상만 선별하여 명명된 것으로, 환자마다 겪는 증상은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환자는 대표적인 증상을, 어떤 환자는 그중에서 한두 가지만 겪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