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혈색소증은 유전적 원인으로 철에 대한 체내 대사에 이상이 생겨 음식을 통해 섭취한 철이 너무 많이 흡수되는 질환입니다. 너무 많이 흡수된 철은 우리 몸의 여러 장기, 특히 간, 심장 및 췌장에 과다하게 축적되며 이들 장기를 손상시킴으로써 간질환, 심장질환 및 악성종양을 유발합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매우 드물지만 북유럽의 경우 전체 국민의 0.3~0.5% 정도의 유병율을 보이는 비교적 흔한 질환입니다.

증상은 대개 중년의 나이에 발생하며 관절통이 가장 흔한 증상이지만 피로감, 복통, 또는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진단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일단 정확히 진단되면 체내의 혈액을 제거하여 체내 철 농도를 낮춤으로써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원인

철은 폐로부터 여러 체내 조직으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내 단백질인 헤모글로빈 형성에 필수적인 성분일 뿐 아니라 에너지 생산 및 면역체계에도 필수적입니다.

사람은 정상적으로 음식을 통해 하루 10mg의 철을 섭취하며, 이중 10%인 1mg 정도를 십이지장 및 상부 소장에서 체내로 흡수하게 됩니다. 흡수된 철의 대부분은 헤모글로빈 내에 저장되며 일부는 골수, 비장 및 간에 저장됩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체내 저장이 충분해지면 소장에서의 철 흡수량을 감소시켜 과도한 철이 축적되지 않도록 합니다. 그러나 혈색소증 환자에서는 섭취한 철의 20%까지 흡수하게 되어 과도하게 섭취된 철을 이용하거나 배설하지 못하므로 중요한 장기의 조직, 특히 간에 저장되어 정상인에 비해 5-20배까지 축적됩니다. 시간이 경과하면 축적된 철이 장기를 심하게 손상시켜 장기부전 또는 간경변증,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러한 철에 대한 대사이상은 유전적 원인, 즉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전자 돌연변이 이외에도 빈번한 수혈, 철의 과도한 섭취나 일부 빈혈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도 철 농도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증상

유전적 질환이므로 출생 시부터 이 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남자는 30-50세 정도이며 여성는 50세 이후입니다. 여성에서 증상이 더 늦게 나타나는 이유는 월경 및 임신 등으로 체내의 과다한 철을 배설시키는 기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궁절제술을 받거나 폐경 후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증상이 전혀 없을 수 있으며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합니다. 철이 주로 침착되는 장기는 관절, 간, 심장, 췌장 및 기타 내분비샘이며 이들 장기를 손상시킴으로써 증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전형적인 증상은 피로감, 피부 색소침착, 간비대, 성욕감퇴, 체모 소실 및 관절통이며 당뇨병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 만성피로 : 전체 환자의 45%에서 만성적인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 관절 : 약 3분의 2의 환자에서 관절의 이상이 나타나는데, 주로 손의 관절 중 중수지관절 부위에서 시작되며 손목 및 골반 관절도 침범합니다. 관절통은 대개 오래 지속되며 혈색소증에 대한 치료를 해도 관절통이 좋아지지는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한 관절통에 주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항염제를 복용하더라도 잘 호전되지 않습니다.
  • 간 : 간은 과다한 철의 일차적인 저장장소이므로 장기간의 철 과다축적이 있는 경우 손상되기 쉽습니다. 간이 커지고 단단해지며 약 반수의 환자에서 간이 있는 부위(우상복부)에 무지근한 통증 및 압통을 느끼게 됩니다. 간기능 검사상 이상이 나타나며 진행된 경우 간경변증, 간기능 부전 및 간암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간경변증이 발생한 경우 이로 인해 식도나 위의 정맥류 출혈 및 복수 등이 발생할 수 있으나 흔하지는 않습니다. 간암의 경우, 철 과다축적과 간경변증 모두 간암의 위험인자며 혈색소증으로 간경변증이 발생한 환자의 15-30%에서 간암이 발생합니다.

혈색소증의 증상

  • 심장 : 과도하게 축적된 철이 심장의 기능에 악영향을 줍니다. 환자의 35%에서 심전도상 변화가 관찰되며,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도 이상이 관찰되는데 이는 철의 과다 축적과 관련이 있으며 혈색소증에 대한 치료로 호전됩니다. 심근에 축적되어 울혈성 심부전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장의 전도체계에 영향을 주어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울혈성 심부전증이나 부정맥은 치료하지 않는 경우 사망할 수 있으나 잘 치료하면 심장기능의 회복이 가능합니다.
  • 췌장 : 혈당 증가 및 당뇨병이 발생합니다. 당뇨병의 경우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의 70% 및 간경변증이 없는 환자의 17%에서 동반됩니다. 당뇨병은 성인에서의 시력소실의 주된 원인일 뿐 아니라 신부전 및 심혈관질환 등의 발생에 기여합니다.
  • 내분비샘 : 뇌하수체 전엽에 철이 침착됨으로써 3분의 2의 환자에서 뇌하수체 기능이 저하되는데 특히 성욕감퇴, 발기부전, 고환위축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남성은 35-50%에서 성욕 감퇴, 발기부전, 여성형유방 및 고환위축이 나타나며 여성은 15-25%에서 무월경이 나타납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 피부 : 일부 중증 환자에서 피부세포에 축적된 철이 과다한 멜라닌 합성을 유발하여 피부가 청동색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피부에 철 침착이 심한 경우에는 피부가 회색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주로 겨드랑이, 서혜부, 성기, 반흔 및 노출 부위에 색소침착이 나타나며 피부가 얇고 번들거리며 건조해집니다.

진단

남성 환자의 경우 대개 40대에 진단되는 반면, 여성 환자는 폐경이 된 후 10-20년이 지나야 진단됩니다. 20세 이전에 진단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혈색소증은 유전성 질환이므로 환자의 자녀 또는 부모는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1. 선별검사

  • 혈청 transferrin 포화도 : 혈액 내 철을 운반할 수 있는 단백질인 transferrin에 결합된 철의 양을 측정하는 검사로 정상인은 30% 정도이며 혈색소증이 있는 경우에는 90% 정도로 상승합니다. 45%가 넘는 경우 혈색소증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등 정밀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 혈청 ferritin 농도 : 체내에 저장된 철의 양을 잘 나타내는 지표이기는 하지만 감염 및 염증성 질환 등 혈색소증 이외의 질환에서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혈청 transferrin 포화도와 함께 검사해야 합니다. 대개 혈청 transferrin 포화도를 선별검사로 시행하고 여기에 이상이 있는 경우 추가로 시행하게 됩니다.
  •  ㅊㅊ자의 돌연변이 유무를 관찰합니다.

치료

혈색소증의 진단은 쉽지는 않으나 일단 진단되면 체내에서 혈액을 제거하는 사혈을 통해 효과적이며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예후는 철 과다축적의 정도 및 과다 축적된 기간과 관련이 있으므로 빨리 진단하고 빨리 치료하는 것이 환자를 예후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간경변증이나 당뇨병이 발생하기 이전에 진단되었고 사혈을 통해 철 농도를 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생존기간이 정상인과 차이가 없습니다. 이와 달리 간암의 경우에는 사혈을 통해 철 농도를 정상화시켜도 발생 위험도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1. 사혈

사혈을 통해 혈액에 포함되어 있는 철을 제거하면 조직에 침착되어 있는 철이 조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500ml의 혈액에 철이 250mg 정도밖에 없는데 비해 조직 내에는 대개 이 양의 200배 정도가 침착되어 있으므로 다량의 혈액을 제거해야 합니다. 처음 철의 체내 저장량에 따라 사혈시킬 양을 결정하게 됩니다. 대개 철, transferrin 포화도 및 ferritin 농도가 정상하한치까지 떨어지도록 매주 1-2회씩 500ml의 사혈을 시행합니다. 충분한 양의 철이 제거되었다고 판단되면 이후 철의 재축적을 예방하기 위해 3-6개월 간격으로 500ml의 혈액을 제거합니다.

사혈로 치료받는 경우 치료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생존기간이 월등히 길고 색소침착 및 간비대도 호전됩니다. 또한 간기능도 호전되며 일부 환자에서는 당뇨병도 조절됩니다. 40세 이전에 진단된 남성 환자의 경우 성선기능저하증이 호전되고 심장 기능도 회복됩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관절통이나 관절염은 사혈을 해도 좋아지지 않습니다.

사혈

2. 내분비계 이상의 치료

고환위축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근육에 주사하여 보충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선자극호르몬(human chorionic gonadotropin) 주사를 통해 고환 용적 및 정자수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당뇨병은 식이요법을 시행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인슐린으로 치료합니다.

3. 일반적인 사항

  • 빨간 고기, 말린 완두콩, 철분이 풍부한 빵, 씨리얼 및 파스타 등 철 분이 풍부한 음식 섭취를 피합니다. 철을 함유한 종합비타민이나 철분제제의 복용을 피합니다.
  • 비타민 C 보충제 섭취를 피합니다. 비타민 C는 철의 흡수를 증가시킵니다. 오렌지 주스 등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된 주스를 마실 때는 식사하는 중에 먹는 것이 더 좋습니다. 비타민 C를 함유한 모든 과일 및 야채는 복용해도 괜찮습니다.
  • 금주 : 알코올과 철이 만나면 더 심한 간 손상을 일으키므로 피합니다.
  • 혈색소증 환자들은 감염, 특히 익히지 않은 조개에 있는 세균에 의한 감염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조개 및 어패류를 익히지 않고 먹는 것을 피합니다.

혈색소증에 피해야 할 음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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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ayoclinic.com/health/hemochromatosis/DS00455

작성 및 감수 : 국립보건연구원/대한의학회 ※최종 업데이트일 : 2012.12.07 -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연구원, 대한의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