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혈관부종은 혈액 검사로 진단할 수 있지만, 더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면 유전자 검사가 필요합니다.
유전성 혈관부종 I, II형 환자는 SERPING1 유전자 변이를 확인할 수 있고, 유전성 혈관부종 III형 환자는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는 먼저 SERPING1 유전자부터 진행합니다. 만약 해당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견되지 않으면, 유전성 혈관부종 III형과 관련된 F12 유전자, PLG 유전자, ANGPT1 유전자, KNG1 유전자를 확인합니다.
각 유전자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SERPING1(C1NH) 유전자
C1NH 혹은 C1INH로도 불리는 SERPING1 유전자는 C1 억제제의 생성을 담당하며, 23쌍의 염색체 중 11번 염색체에 위치합니다.
SERPING1 유전자는 한 쌍을 이루는 두 개의 염색체에서 하나의 염색체에만 유전자 변이가 있어도 질환이 발병하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자이며, 매우 다양한 종류의 변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유전자 변이 데이터베이스인 HGMD(Human Gene Mutation Database)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700개 이상의 SERPING1 유전자 변이가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SERPING1 유전자 검사는 생어 염기서열분석Sanger sequencing을 통해 이뤄집니다.
생어 염기서열분석은 유전자 내 염기 일부분의 순서에 변이가 없는지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생어 염기서열분석은 DNA 전체를 분석하지 않고 짧은 특정 부위를 선택해 분석하기 때문에, 다른 유전자 검사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듭니다.
생어 염기서열분석을 하려면 먼저 혈액에서 전체 DNA를 추출합니다. 전체 DNA의 양이 너무 적을 경우 분석이 어렵기 때문에, 분석하고자 하는 SERPING1 유전자를 원래 양의 몇 배가 되도록 복사합니다. 그다음, 훨씬 많아진 SERPING1 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기계로 분석한 뒤 이를 정상 SERPING1 유전자의 염기 서열과 비교합니다.
이때, 정상 유전자의 염기 서열과 다른 부위는 없는지(미스센스 돌연변이Missense mutation), 염기 서열이 바뀌어 중간에 끊기진 않았는지(넌센스 돌연변이Nonsense mutation), 아니면 염기가 추가되거나Duplication 사라졌는지Deletion 등을 확인하며, 이 중 하나의 변이만 발견되어도 SERPING1 유전자 변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진단합니다.
그 밖에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의 약 75~95%에게 SERPING1 유전자 변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SERPING1 유전자 변이가 없다면 유전성 혈관부종 III형으로 분류되고, 이와 관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F12 유전자, PLG 유전자, ANGPT1 유전자, KNG1 유전자에 대해 추가로 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F12 유전자, PLG 유전자, ANGPT1 유전자, KNG1 유전자는 모두 상염색체 우성 유전자이거나 그렇게 추정됩니다. 즉, 자녀가 부모 중 한 명에게서라도 유전자 변이를 물려받는다면 질환이 발병합니다.
F12 유전자
F12 유전자는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12번 응고 인자Factor XII의 생성을 담당합니다.
2006년에 F12 유전자 변이가 유전성 혈관부종과 관련된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전 세계 유전성 혈관부종 III형 환자 약 300명에게 해당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전성 혈관부종 III형은 유전성 혈관부종 I, II형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만, 주로 여성에게서 발병합니다. 여성 환자는 임신 중에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여성 호르몬의 양이 중증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PLG 유전자
PLG 유전자는 플라스미노겐Plasminogen의 생성을 담당합니다. 플라스미노겐은 부종을 일으키는 브래디키닌Bradykinin 생성을 억제합니다. 따라서 PLG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브래디키닌이 억제되지 않고 과다하게 생성되어 유전성 혈관부종으로 이어집니다.
2017년에 PLG 유전자 변이가 유전성 혈관부종과 관련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원래 PLG 유전자 변이는 플라스미노겐 결핍증Plasminogen deficiency이라는 질환을 유발하지만, 플라스미노겐 단백질의 특정 부위(330번째 아미노산)가 바뀌는 경우에는 유전성 혈관부종을 일으킵니다.
PLG 유전자 변이가 있는 유전성 혈관부종 III형 환자는 성인기에 처음 증상이 나타나며, 팔다리 대신 얼굴과 목 주변에 부종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해당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는 ACE 억제제를 복용한 뒤에 급성 발작을 겪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ACE 억제제는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ACE; Angiotensin-converting enzyme를 억제하는 치료제로,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관상동맥 질환, 만성신부전, 당뇨병성 신증 등에 사용됩니다. ACE는 혈관을 확장하는 브래디키닌을 분해하므로 이를 억제하는 ACE 억제제를 복용하면 브래디키닌이 분해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다하게 쌓인 브래디키닌은 급성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ANGPT1 유전자
2018년에 ANGPT1 유전자 변이가 유전성 혈관부종과 관련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ANGPT1 유전자는 앤지오포이에틴-1Angiopoietin-1의 생성을 담당합니다. 앤지오포이에틴-1은 브래디키닌과는 반대로, 세포 사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반면, 브래디키닌은 세포 사이를 느슨하게 만들고, 벌어진 이 틈으로 체액이 배출됩니다. 따라서 ANGPT1 유전자 변이로 인해 앤지오포이에틴-1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필요 이상으로 체액을 내보내게 되고 결과적으로 유전성 혈관부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KNG1 유전자
2019년에 독일의 한 가족에게서 KNG1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었으며, 해당 유전자 변이는 고분자 키니노겐HMWK; High molecular weight kininogen의 생성을 담당합니다. 고분자 키니노겐이 잘리면 부종을 일으키는 브래디키닌이 됩니다. 따라서 KNG1 유전자 변이로 인해 고분자 키니노겐이 원래와는 다른 위치에서 잘리게 되고 브래디키닌은 더욱 쉽게 활성화되어 유전성 혈관부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유전자 변이마다 유전성 혈관부종을 유발하는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향후 개발되는 치료제 또한 이에 따라 다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나의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면 현재 상태와 앞으로의 양상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고 각 유전자 변이에 따른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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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n update on the genetics and pathogenesis of hereditary angioedema. Genes Dis. 2020 Mar; 7(1): 75–83.2. International Consensus on the Use of Genetics in the Management of Hereditary Angioedema. J Allergy Clin Immunol Pract. 2020 Mar;8(3):901-911.3. Hereditary angioedema cosegregating with a novel kininogen 1 gene mutation changing the N-terminal cleavage site of bradykinin. Allergy. 2019 Dec;74(12):2479-2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