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희귀질환 치료제는 적은 유병 인구로 수익성이 낮다고 여겨져 제약사의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각국 정부에서 연구와 개발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오늘날 희귀질환 치료제는 국내외 제약업계의 큰 관심사가 되었어요.

한국,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의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돕는 제도를 소개해 드릴게요.

한국 식약처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희귀의약품 지정, 신속 심사, 3상 조건부 허가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돕고 있어요.

1. 희귀의약품 지정

국내 환자 수가 2만 명 이하이면서 적절한 치료법과 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은 질환에 사용하거나 이들 질환의 기존 의약품보다 유효성과 안정성을 현저히 개선한 의약품은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을 수 있어요.

이러한 기준은 임상시험 중인 후보물질에도 비슷하게 적용돼요. 즉, 환자 수가 2만 명 이하이면서 치료제 개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있거나 기존 의약품보다 유효성 또는 안전성을 현저히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될 수 있어요. 물론 그 개발 계획의 타당성이 인정되어야 해요.

미충족 수요
적절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거나 환자의 편의성 또는 부작용 측면에서 치료 대안이 부족한 경우를 말해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일부 자료 제출 면제나 신속 심사 등의 행정적 지원과 신약 허가 신청 시 수수료 감면 등의 재정적 혜택, 그리고 재심사 제도*를 통해 10년간 시장을 독점할 수 있어요.

재심사 제도
시판 후 일정 기간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추가로 평가하고 확인하는 제도예요.
이때 해당 의약품과 같은 성분의 의약품이 허가받을 수 없도록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받아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의약품의 재심사 기간은 10년으로, 이는 10년간의 시장 독점권 혜택과 같은 효과를 내요.

2. 신속 심사

식약처에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중대한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과 공중 보건을 해칠 수 있는 감염병의 예방 및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을 먼저 심사하는 신속심사과가 있어요.

희귀의약품은 이 중 ‘생명을 위협하거나 중대한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에 속해요. 앞서 나온 희귀의약품 지정과 동시에 신청할 수 있고, 신속 심사 대상이 되면 다른 의약품보다 먼저 신약 허가 심사를 받아요.

3. 3상 조건부 허가

희귀질환처럼 미충족 수요가 높은 경우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나중에 제출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예요.

경쟁 의약품 유무와 환자 수, 국내외 임상시험 계획서 등의 자료를 갖춰 3상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하면 식약처에서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요. 3상 조건부 허가를 받게 되면 임상 2상 시험을 마치고 바로 신약 허가를 받을 수 있고, 정해진 기간 안에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제출하면 돼요.

미국 식품의약국(FDA) 

미국 식품의약국(이하 ‘FDA’)은 희귀의약품 지정과 여러 제도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돕고 있어요.

1. 희귀의약품 지정

미국 내 환자 수가 20만 명 미만인 질환에 사용하거나 20만 명 이상이지만 시판 후 7년간 수익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의약품 등은 희귀의약품 지정ODD; Orphan drug designation을 받을 수 있어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임상시험 계획에 대해 FDA의 자문과 함께 개발 비용 세액 공제나 심사 비용 면제와 같은 재정적 혜택, 그리고 7년간의 시장 독점권 혜택이 주어져요. 즉, 시판 후 일정 기간 경쟁 의약품의 시장 진입을 막아 제약사의 신약 개발을 장려하는 거예요.

2. 그 밖에

미국은 다양한 제도를 통해 희귀의약품의 시장 진입을 도와요.

  • 패스트 트랙Fast track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연구 설계나 데이터 수집 방안에 관한 FDA의 자문을 제공해요. 짧은 시간 내에 신약 허가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고, 특히 신약 허가를 좌우하는 임상 3상 시험을 기획하기 전에 지정되면 그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어요.

  • 혁신치료제 지정(BTD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기존 의약품보다 개선 효과가 증명된 후보물질의 개발과 심사 기간을 단축해요.

  •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기존 의약품보다 개선 효과가 예상되는 후보물질을 먼저 심사해 시장 진입을 촉진해요. 

  •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후보물질의 효능을 대신할 수 있는 대리 결과변수Surrogate endpoint를 바탕으로 신약 허가 심사를 해요.

유럽 의약품청(EMA)

유럽 의약품청(이하 ‘EMA’)은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돕고 있어요.

희귀의약품 지정

유럽 내 생명을 위협하거나 만성적으로 쇠약하게 만드는 질환 중 유병률이 1만 명당 5명 이하인 질환에 사용하거나 이를 초과하더라도 수익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의약품은 희귀의약품 지정Orphan designation을 받을 수 있어요. 물론 미충족 수요가 높아야 해요. 즉, 기존에 허가된 진단, 예방, 치료 방법이 없거나 있더라도 기존보다 눈에 띄는 개선 효과가 예측되어야만 해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임상시험 계획에 대해 EMA의 자문과 함께 신약 허가 과정에서 수수료 감면과 같은 재정적 혜택, 그리고 10년간의 시장 독점권 혜택이 주어져요. 만일 5년 차에 충분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6년으로 짧아져요.

빠르게 시판된 치료제, 헌터라제

한국 식약처는 희귀의약품 지정, 신속 심사, 3상 조건부 허가 등을 통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돕고 있는데요. 이러한 제도 덕분에 국내에서 빠르게 시판될 수 있었던 대표적인 희귀질환 치료제가 바로 GC녹십자사의 ‘헌터라제Hunterase’예요.

헌터라제는 헌터 증후군의 효소대체요법 치료제로, 임상 2상 시험 이후 3상 조건부 허가를 받았어요. 보통의 치료제라면 임상 3상 시험까지 마치고 나서야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신약 허가 신청을 해요.

그러나 헌터라제는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임상 2상 시험 후에 빠르게 시판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헌터 증후군 환자의 치료 기회는 확대되었어요. 현재 헌터라제는 다국가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고,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11개 국가에 공급되고 있어요.


참고 문헌
  1. 한국임상시험포털. 
  2. 의약품안전나라.
  3. 채수미, 박은자, 주민희, 구현민, & 유원곤. (2013). 희귀의약품 제도의 국가별 비교 연구. 보건사회연구, 33(2), 525-548.
  4. 토종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장기 안전성 추적 (2018).
  5. GC녹십자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중국서 허가' (2020). 
  6. 박실비아. (2017). 미국과 EU의 의약품 신속 개발 및 허가 프로그램의 동향과 쟁점. 약학회지. 
  7. 곽수진, 정순규. (2019). 국내외 희귀의약품(Orphan Drug) 시장 및 연구개발 현황 분석. 한국보건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