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폐섬유증 투병기]
안녕하세요, 저는 특발성폐섬유증이라는 희귀질환 보호자에요. 특발성 폐섬유증은 예후가 아주 좋지 않은 희귀질환이에요. 저희 아버지가 환자이신데 재작년에 의증을 진단받은 후 2년간 진단 방랑 중이랍니다..
"6개월 후에 다시 오세요"
"원하시면 조직검사(수술 후 조직 떼어내는 검사) 해드릴게요"
지난 2년간 의료진께 반복적으로 들었던 말입니다. 결국 저희 아버지는 특발성 폐섬유증이라는 무서운 병이 걸리셨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희귀질환은 유난히 확진받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데, 여러분들은 어떠셨나요?
심지어 희귀질환인데 오진이 되는 경우도 잦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 의학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데 희귀질환 관련해서는 아닌가봐요.. 아버지 모시고 여러 병원에 가볼 생각도 했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병에 대해 잘 아시는 교수님들도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아버지는 그냥 평범한 고령의 일반인이었어요. 음주와 흡연을 평생 해오셨지만 특별히 어디 아픈데 없이 건강한 편이었구요. 그러던중 회사에서 부모님 건강검진 복지가 있어서 아버지를 시켜드렸는데.. 검진당일 초음파 검사를 하던 도중 "폐에 살짝 섬유화된 곳이 보인다" "폐기종도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으셨다고 해요. 이후 흉부 CT를 찍고 2주 후 결과표를 받아보았어요. 결과표에는 이렇게 써있었어요.
- 흉부 X선 촬영 → 간질성 음영 증가가 관찰되어, 미만성 간질성 폐질환 의심.
- 흉부CT 촬영 → 폐기종과 망상형/간유리 음영이 관찰됨. 이는 복합 폐기종 섬유화(CPFE) 가능성이 높음.
이후 특발성폐섬유증에 대해 제가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자료를 찾아본 것 같아요. 환우회 카페, 논문, 유튜브 등등.. 안 찾아본 게 없을 정도로요. 만약 특발성폐섬유증이 확실하다면 아버지의 기대 수명은 5년 내외라는 것이 포털에서 찾은 핵심 정보였죠. 암담했어요. 집은 초상집이 되었고 아버지는 반포기 상태가 되셨죠. 안심을 시켜드리기 위해 아버지까 여러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해드렸어요. 섬유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치료제가 곧 나올 예정이라는 선의의 거짓말도요.
2년이 흐른 지금, 뭐가 바뀌었을까요? 아버지는 평소와 같아요. 조금 숨이 더 찬 증상 외에는 일상 생활에서 변화가 없지만, 딱히 치료를 받는 것도 없어요. 언제 갑자기 안 좋아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병원에서는 6개월에 한번씩 정기 검진을 받는 게 다에요. 아들된 사람으로 너무 죄송해요. 언제까지 곧 돌아가신다는 불안함 속에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레어노트에 남겨보았어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진단을 받으셨나요? 혹시 저희 아버지처럼 진단방랑 중이시다가 확진을 받게 된 스토리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