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망막질환 환자라면 최근 학계에서 주목받는 유전자 가위Gene Scissors에 대해 들어 보셨을 겁니다. 원하는 부위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유전자 가위는 2018년 미국의 상가모 테라퓨틱스Sangamo Therapeutics사에서 헌터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처음 활용됐으며, 해당 환자는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 핑거 뉴클레아제ZFN; Zinc Finger Nuclease를 투여받았습니다. 연구 결과, 유전자 변이 교정에는 성공했지만 증상 완화에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후 여러 연구를 통해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이 개발되었습니다. 이전의 유전자 가위는 세포를 꺼내어 유전자 변이를 교정한 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었다면 크리스퍼-카스9은 세포를 꺼내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자 변이를 교정합니다. 무해한 바이러스에 유전자 가위를 탑재한 후, 이를 직접 세포에 투여하는 것입니다.
이전의 기술은 일부 세포에만 적용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퍼-카스9은 대부분의 유전 질환에 적용됩니다. 다만 현재 부작용을 포함한 안전성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2020년 10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기재된 논문에 따르면, 유전자 가위가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에 걸린 쥐의 RPE65 유전자 변이를 29%의 효율로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과거 1~2%에 불과했던 성공률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미국의 에디타스 메디신Editas Medicine사는 전체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 환자의 약 16%를 차지하는 CEP290 유전자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제 임상 시험에 착수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유전자 가위가 새로운 치료제의 핵심 기술로 발돋움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만일 이번 에디타스 메디신사의 임상 시험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 외에 다른 유전성 망막질환에도 적용이 가능한 걸까요?
같은 유전성 망막질환이라도 발병 원인은 환자마다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범맥락막위축Choroideremia은 CHM 유전자 변이와 RGR 유전자 변이가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어셔 증후군Usher syndrome은 MYO7A 유전자 변이와 USH2A 유전자 변이, 그 외 여러 유전자 변이로 발병합니다. 유전자 가위의 효과 또한 질환과 유전자 변이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특정 질환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치료제가 다른 질환에도 적용되려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나의 질환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 아니더라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한 질환에서 효과와 안정성이 검증되었다면 다른 질환에서도 그러할 가능성이 있고, 그에 따른 연구도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교정하여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같은 질환이라도 나의 유전자 변이를 교정하는 유전자 가위가 아니라면 똑같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나의 유전자 변이가 무엇인지 알아두는 것이 새로운 치료제를 맞이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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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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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itute for Basic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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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Obser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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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Ins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