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발작 치료제의 작용 원리를 이해하기에 앞서 유전성 혈관부종이 발생하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유전성 혈관부종의 발생 과정
유전성 혈관부종은 우리 몸의 다양한 경로* 중 ‘키닌 생성 경로Kinin generating pathway’의 이상으로 발생합니다.
- 경로
- 세포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연속된 반응을 의미합니다. 특정 물질이 다음 물질을 활성화하면, 그에 대한 반응으로 생성된 물질이 그다음 물질을 활성화합니다. 마치 도미노 패가 연이어 넘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키닌 생성 경로는 혈관내피세포가 외부의 자극이나 병원체로 인해 손상되면 ‘브래디키닌Bradykinin’을 만들어 냅니다. 브래디키닌은 염증 반응을 촉진해 몸을 보호하고, 혈관 밖으로 체액이 빠져나가게 해 혈압을 떨어뜨립니다.
브래디키닌을 생성하는 키닌 생성 경로는 12번 응고 인자Factor XII로부터 시작됩니다.
12번 응고 인자는 프리칼리크레인Prekallikrein을 칼리크레인Kallikrein으로 바꾸고, 칼리크레인은 브래디키닌을 만듭니다. 브래디키닌은 내피세포막의 수용체에 결합해 세포 사이의 연결 부위를 느슨하게 하고, 이 틈으로 체액이 빠져나갑니다.
이러한 키닌 생성 경로는 평소 C1 억제제C1 inhibitor에 의해 조절됩니다. C1 억제제는 12번 응고 인자를 억제해 키닌 생성 경로를 방해하고, 이로 인해 적정량의 브래디키닌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유전자 변이로 C1 억제제가 결핍되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지나치게 많은 브래디키닌이 생성됩니다. 과다한 브래디키닌은 필요 이상으로 체액을 내보내고, 그 결과 유전성 혈관부종의 증상인 부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유전성 혈관부종의 치료제 작용 원리
부종은 피부와 점막이 있는 부위라면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입 주위, 구강, 후두에 부종이 나타나면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장 점막에 부종이 나타나면 심한 복통과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이 동반됩니다. 이러한 증상이 갑작스레 나타나는 현상을 ‘급성 발작Acute attack’이라 하며, 이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치료가 이뤄져야 합니다.
한편, 알레르기성 혈관부종은 유전성 혈관부종과 매우 유사한 증상을 보입니다. 그러나 알레르기성 혈관부종은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에피네프린 등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유전성 혈관부종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에게 급성 발작이 나타난다면 알레르기성 혈관부종과는 다른 치료제를 써야 합니다.
급성 발작에 사용되는 치료제On demand treatment는 작용 기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C1 억제제
유전자 변이로 결핍되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C1 억제제를 보충하기 위해 외부에서 C1 억제제를 투여합니다.
2. 브래디키닌 수용체 길항제
C1 억제제가 결핍되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브래디키닌이 과도하게 생성되어 체액이 필요 이상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브래디키닌 수용체 길항제를 투여합니다.
브래디키닌 수용체 길항제는 브래디키닌과 생김새가 비슷해 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지만, 브래디키닌처럼 체액이 배출되는 틈을 만들진 못합니다.
3. 칼리크레인 억제제
칼리크레인이 브래디키닌을 과도하게 생성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칼리크레인 억제제를 투여합니다.
위 세 치료제는 급성 발작의 첫 번째로 사용되는 약제, 즉 1차 치료제입니다. 1차 치료제의 효과가 없거나 구하기 힘든 경우 2차 치료제를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