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원인이 밝혀졌으며, 이를 제거하거나 억제하는 치료제 또는 치료 기술이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여전히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질환이 많지만, 그 원인을 알아내고자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었던 특발성 폐섬유증 또한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원인 단백질을 발견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누가 밝혀냈나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윤호근, 손명현, 박수연 교수 연구팀과 질병관리청의 홍정연 박사가 참여했습니다. 
 
무엇을 밝혀냈나요?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클럽세포Club cell에서 많은 양의 세포사멸 유도 단백질 5(이하 PDCD5Programmed cell death 5)가 확인되었습니다. 클럽세포는 폐 속 세기관지 상피세포의 일종으로, 폐가 손상되었을 때 이를 보호하는 단백질을 분비합니다. 
지금까지 클럽세포가 폐의 섬유화에 미치는 영향은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PDCD5 단백질이 많아지면 섬유화를 유발하는 여러 물질 또한 과다하게 분비되고, 이는 곧 폐 조직을 딱딱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즉, 클럽세포가 생성하는 PDCD5 단백질이 특발성 폐섬유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폐포는 두 가지 상피세포로 구성됩니다. 약 95%를 차지하는 제1형 폐포세포는 가스 교환을 위해 얇고 넓게 퍼져 있으며, 나머지 5%에 해당하는 제2형 폐포세포는 폐 표면 활성제를 분비해 폐포의 수축과 팽창을 돕습니다. 
 
어떻게 밝혀냈나요?
이번 연구는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와 폐섬유화가 진행된 쥐 모델에서 PDCD5 단백질의 증가를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클럽세포와 제2형 폐포세포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두 세포 중 섬유화와 관련된 요인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PDCD5 단백질의 생성에 관여하는 PDCD5 유전자를 각각 클럽세포와 제2형 폐포세포에서 결핍된 두 종류의 쥐 모델을 제작했고, 이후 섬유화를 유도하는 물질인 블레오마이신Bleomycin을 주입했습니다. 그 결과, 클럽세포에서 PDCD5 유전자가 결핍된 쥐 모델만 섬유화가 감소했습니다. 
이로써 클럽세포에서 생성되는 PDCD5 단백질의 기능이 섬유화에 결정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우선, 그동안 미지수였던 클럽세포의 역할이 최초로 규명된 연구입니다. 또한,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와 폐섬유화 쥐 모델에서 나타난 유의미한 PDCD5 단백질의 증가는 새로운 바이오마커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향후 해당 단백질을 억제하는 방식의 치료제 설계에도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으며,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BRIC 동향
2. Park, SY., Hong, J.Y., Lee, S.Y. et al. Club cell-specific role of programmed cell death 5 in pulmonary fibrosis. Nat Commun 12, 2923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