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FDA가 실명 질환과 암 치료를 위해 역사상 최초로 유전자 치료제를 승인함으로써 유전자 치료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과거 이러한 유전자 치료제를 임상으로 진행한 바 있는 미국의 펜실베니아 연구팀들이 이번에는 망막색소변성증(RP)을 대상으로 한 또 하나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발표하였다.
플로리다 대학과 함께 펜실베니아 약학대학 공동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RHO 변이 유전자를 차단하고 정상적인 단백질을 생산하게 함으로써,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유전자 봉쇄 및 교체 기술은 (인간과 동일한) RP를 가진 개의 동물실험을 통해 광수용체 세포를 보호할 수 있었다.
더불어 본 연구팀은 단일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하여, 변이 유전자의 차단과 정상 유전자로의 교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유전자 물질을 전달하는 데 성공하였다. 비록 RHO 유전자의 변이가 150종류 이상이고, 이들 대부분이 RP를 일으키는 것으로 파악되었지만, 이번 기술은 그러한 변이 종류와는 무관하게 치료 효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임상을 통해 안정성과 효능이 검증된다면, 무엇보다 우성형 RP 질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RHO 변이 환자들에게 커다란 치료 혜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펜실베니아 대학 망막 치료 연구실 이사이며 안과 교수인 Beltran 박사는 "한 번의 치료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라고 설명하였는데, 그는 논문의 주요 저자로서 이번 연구 결과를 국립 과학 아카데미 학술지에 게재하였다.
"RHO 유전자는 인간과 개 사이에 변이 위치가 다를 뿐 상동 관계에 있으므로 이를 표적으로 하는 우리의 유전자 치료 기술은 조만간 임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펜실베니아 약학 분야 안과 교수이자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Cideciyan 박사는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학술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변이 유전자가 특정한 RP 질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곧바로 치료 기술의 개발로 나아갈 수는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개와 같은 동물 실험을 통하여 축적된 그동안의 연구 결과에 따라, 이제부터 우리는 관련 변이 유전자를 치료하고 광수용체의 죽음을 예방하는 치료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 성과는 그동안 펜실베니아 대학 내 시각 관련 연구자들 사이의 오래된 연구 파트너십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Beltran과 Cideciyan 박사 외에도 펜실베니아 수의대학 Sudharsan 교수와 유전학 및 안과 교수인 Aguirre 박사, 그리고 유전성 망막 센터의 안과 교수인 Jacobson 박사가 이번 연구에 참여하였다.
RP는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유전성 망막 질환의 일종이다. 약 30년 전에 RP를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로서 RHO 유전자가 최초로 규명된 바 있었다. 이후 다른 유전자들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으며, 그중 RHO 유전자의 변이로 발병하는 RP는 우성형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유전자에 속한다.
Jacobson 박사는 "우리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 1990년대에 이러한 유전형의 RP 환자들을 보아왔지만, 지금은 그러한 우성형 환자들의 손자 손녀가 RP로 발병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따라서 이 질환은 수세대에 걸쳐서 나타나는 매우 심각한 질환이다."라고 설명한다.
RP를 발병시키는 RHO 변이 유전자는 망막의 광수용체 세포에 적절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단지 독성을 띠는 매우 해로운 단백질을 생산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서 변이 단백질의 생산을 차단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지금까지 기존의 유전자 치료 기술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변이 유전자들을 대상으로 개발되었다(주로 열성형 RP 질환이 대상)."라고 Aguirre 박사는 말하면서, "이번에도 광수용체가 정상적인 구조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건강한 유전자를 넣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우성 RP 질환은 한쪽의 변이 유전자가 만드는 독성 단백질이 세포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동시에 이러한 변이유전자의 활동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 초기에는 개의 망막에서 RHO의 정상 부위와 변이 부위 양쪽을 단순히 넉다운(knockdown) 시키려고 시도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질환의 진행을 늦추긴 했지만, 광수용체인 막대세포에서 중요한 세포 구역(시각을 만드는 외절 부위)의 손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건강한 유전자 사본을 추가해서 넣어줌으로써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망막 세포를 보존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전략에 따라, 지금은 시험실 연구과 더불어 RHO B형 변이로 말미암아 인간과 유사하게 RP가 발병된 개를 모델로 동물 실험이 진행되었다. RHO B형의 변이로 인한 환자는 수십년 동안 막대세포가 유지되기 때문에 해당 환자들이 유전자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RHO 변이로 인한 개의 시력은 희미한 빛에도 매우 민감하므로 대낮과 같은 밝은 조명에서는 망막이 급작스럽게 손상된다. 이러한 민감성 때문에 과학자들은 망막의 어떤 부위가 가장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년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세포의 퇴행 정도를 관찰할 수 있어서 오히려 치료 효능을 단기간에 평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short-hairpin RNA (짧은 머리핀 모양의 리보핵산 물질) 라는 합성 물질을 이용하여 RHO 변이 유전자의 기능을 차단할 수 있었다. 이러한 RNA 합성 물질은 플로리다 대학의 Lewin 박사팀이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연구자들은 정상적인 RHO 유전자를 투입해 줌으로써, 차단 당한 변이 유전자의 기능을 보충하여 주었다.
RHO 변이를 가진 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이러한 치료 전략을 적용하였다. shRNA 물질과 정상적인 RHO 유전자 물질은 서로 다른 운반체(벡터)를 사용하여야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한가지 운반체에 탑재하여 전달하는 방식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RHO의 정상 수준에 약 30% 가까운 기능을 회복시켰으며 이는 망막 세포에서 막대세포의 손상을 막는데 충분한 수준이다.
Beltran 박사는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단순히 변이 유전자를 넉다운 시키는 방식으로는 막대세포의 몸통인 외부핵 층만을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빛을 포착하여 시각을 만드는 로돕신은 막대 세포의 외절(Outer segment)층에 존재하는데, 이처럼 중요한 부위가 없어지면 막대세포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넉다운 방식과 함께 정상 유전자의 교체 기술을 병합시킴으로써 광수용체의 외절 부위를 보호하고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펜실베니아 연구팀은 첨단 이미지 기술을 사용하여 막대세포의 구조적, 기능적 치료 효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관련 기술은 ERG 검사와 함께 막대세포나 원뿔세포의 기능을 측정할 수 있다.
유전자 치료를 시행하여 8개월 이상이 지난 현재 치료 효능은 매우 안정적이며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현재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Cideciyan 박사는 "RHO 변이로 인한 RP 환자들은 이번 연구 성과에 따라 앞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출처: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8/08/1808201551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