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 동안, 망막색소변성증을 포함한 유전성 망막질환의 치료에 국제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레어노트에서는 지난해 연구 소식을 돌아보며, 총 10개의 소식을 선정했습니다. ⑴에서는 1위부터 5위까지를, ⑵에서는 6위부터 10위까지를 소개합니다.
1. 망막색소변성증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2상 결과 - 미국 jCyte사
jCell은 미국 캘리포니아 어빈 대학의 Klassen 박사 연구진이 개발한 인간 망막 전구체 세포를 이용한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입니다. 2015년에 임상 1상 시험이 진행된 바 있으며, 지난해 임상 2b상 단계를 마무리하고 올해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임상 시험은 최대 교정시력이 20/80에서 20/800(국내 시력표: 0.025) 사이인 환자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치료 그룹과 위약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치료는 3백만 셀 또는 6백만 셀의 인간 망막 전구체 세포를 유리체 내 주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임상 결과, 특히 6백만 셀의 고용량 투여군 23명의 환자에게서 7.43글자에 달하는 시력 개선 효과를 기록했으며, 시력이 비교적 안정적인 11명의 하위 그룹에서는 16.27글자의 개선 효과가 측정되었습니다. 이는 국내 시력표 상으로 2~3줄의 시력 개선 효과를 의미합니다. 특히 저조도에서의 이동성과 색 대비 민감도, 동적 시야, 시기능 검사에서도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jCyte사는 올해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며, 추후 2~3년 동안 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로 상용화될 전망입니다.
2. 전맹 환자 대상 광유전학 치료 기술 - 미국 Nanoscope사
광유전학 기술은 광수용체 대신 양극 세포나 신경절 세포에 빛을 감지하는 유전자를 이식하여 시력을 형성하는 기술로, 전맹 상태의 시각 장애인에게 매우 희망적인 치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망막색소변성증이나 황반변성, 기타 유전성 망막질환의 말기에는 광수용체의 수명이 다해 실명으로 이어집니다.
이와 관련하여 2018년 젠사이트GenSight Biologics사가 광유전학 기술을 사용해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고, 2019년 미국의 바이오사이트BioSight사가 더욱 진보된 기술로 임상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위 기술은 인간의 유전자가 아닌 바다의 녹조류에서 추출한 유전자의 채널로돕신을 사용했기 때문에 인간에게 적용 시 어느 정도의 시력이 형성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더구나 빛의 밝기를 증폭시키는 안경을 추가로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릅니다.
한편, 채널로돕신 대신 인간의 옵신을 활용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UC 버클리 대학 연구진이 설립한 베데레 바이오Vedere Bio사와 미국 국립안과연구소의 지원을 받는 나노스코프Nanoscope Therapeutics사가 앞다투어 임상 시험에 돌입했습니다.
나노스코프사가 개발한 vMCO-010란 치료 물질은 망막의 신경절 세포 대신 양극 세포를 표적으로 하여 유리체 내에 1회 주사합니다. 최근 진행된 임상 시험에는 한쪽 눈이 빛을 전혀 감지할 수 없거나 약간의 빛을 구분하는 상태이고, 나머지 한쪽 눈의 시력은 손가락조차 셀 수 없는 망막색소변성증 말기 환자 11명이 참여했습니다.
16주가 지난 시점에서 고용량 투여군 환자 8명 중 7명은 15글자 이상을 읽을 수 있었으며, 그중 6명은 30글자 이상의 시력 개선 효과를 보였습니다. 또한, 보행을 포함한 이동성 검사에서도 두 배 이상의 개선을 보여 향후 실명 상태에 이른 시각 장애인에게도 희망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광유전학 치료 기술은 중간 파장의 빛을 인지하는 옵신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장애인의 시각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3. 건성 황반변성 유전자 치료제 임상 2상 진행 - 영국 Gyroscope사
건성 황반변성은 주로 노년층에게서 발생하는 진행성 망막질환입니다. 증상으로는 탁한 시야, 야간 시력 및 중심 시력 상실 등이 있으며 독서, 운전, 얼굴 인식과 같은 일상생활이 어려워집니다. 건성 황반변성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으며 환경적 요인에서는 노화와 흡연의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그러나 건성 황반변성 환자의 약 70%가 유전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며 유전적 요인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건성 황반변성 환자의 대부분에게서 보체 인자 관련 유전자 변이가 관찰되었으며, 이는 지도형 위축과 실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황반변성은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현재 치료제는 없는 상황입니다.
영국의 자이로스코프Gyroscope Therapeutics사를 포함한 여러 제약사가 인간의 면역계와 관련된 보체 유전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임상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최근 자이로스코프사는 건성 황반변성의 지도형 위축에 대해 유전자 치료제인 GT005를 평가하는 임상 2상 시험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GT005 치료제는 망막 하부에 1회 투여하는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기반 유전자 치료제로, 망막 세포에서 CFI 단백질의 생산을 늘리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과활성화된 보체계의 균형을 회복시킵니다. 보체계는 면역계의 일부로, 과활성화된 보체계는 황반변성을 의미합니다. CFI 단백질이 보체계의 활성을 조절함에 따라, 세포 내 관련 단백질의 생산이 증가해 보체계의 과활성화를 억제하고 염증 반응을 줄여 환자의 시력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4. 모계 유전형 망막색소변성증 유전자 치료제 임상 결과 - 메이라GTx사와 얀센사
2019년 메이라GTXMeiraGTx사와 얀센Janssen사가 공동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임상 1/2상 시험이 RPGR 유전자 변이로 인한 모계 유전형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치료제는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를 활용해 건강한 RPGR 유전자를 전달하는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치료제 투여 후, 저용량과 중용량 투여군에서 망막 민감도와 보행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치료제 투여 3개월 후와 9개월 후, 저용량과 중용량 투여군에서는 망막 민감도가 크게 개선되었고, 1년 후에도 평균 망막 민감도와 부피에 있어 그 효과는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례로 한 환자는 치료를 받기 전 미로를 통과하는 데 1분이 소요되었고, 그 과정에서 장애물과 부딪히며 출구를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치료제 투여 9개월 후, 동일한 미로를 통과하는 데 16초가 결렸으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실수도 없었습니다.
메이라GTx사 외에도 RPGR 유전자 변이로 인한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제약사는 미국의 AGTC사와 바이오젠Biogen사로, 성공적으로 임상이 끝난다면 머지않아 모계 유전형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의 약 70%가 유전자 치료의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됩니다.
5.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 임상 2상 진행 - 미국 Gemini사
지난해 미국 제미니Gemini Therapeutics사는 GEM103 치료제를 평가하기 위해 임상 2상 시험(임상명: ReGAtta)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임상 1상 시험에서는 모든 유효성 평가 변수를 만족했으며, 임상 2상 시험에서는 건성 황반변성으로 인한 지도형 위축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치료제는 인간 보체 인자 H를 재조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건성 황반변성은 서구권에서 실명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미국에만 수백만 명의 환자가 있습니다. 황반변성 환자의 약 90% 이상은 건성 황반변성 환자로, 이에 대한 치료제는 아직 없습니다.
CFH 유전자 변이는 보체의 기능을 과활성화하고, 건강한 망막 세포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활동을 억제합니다. GEM103 치료제는 보체의 조절 기능을 회복시키고 망막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번 임상 2상 시험은 공개 방식의 다중 용량 시험으로 진행됩니다. 임상의 목표는 매달 또는 격월로 유리체 내에 GEM103 치료제를 주입하여 임상적 효과, 약동학, 안전성 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번 임상 시험에는 80명의 환자가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아펠리스Apellis사는 보체 단백질 C3를 표적으로 하는 펩타이드 기술에 대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으며, 곧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출처
한국RP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