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질환을 가진 환자의 이름을 바꾸거나 신분을 바꿔서 실명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증인 보호 프로그램 같은 일을 진행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망막 속에 있는 특정 세포(다시 말해서 망막색소변성증을 일으키는 막대세포)를 택하여 그 지위를 바꿔 줌으로써,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 RP) 로 인한 실명을 방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혁신적 치료 기술은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테스트하기에는 추가적인 준비가 필요하지만, 워싱턴 대학 Tom Reh 박사팀은 RP에 걸린 쥐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연구자들은 태아 상태에서 막대세포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NR2E3 유전자를 차단하는 포토레귤린1 (PR1) 화합물을 쥐의 망막에 투여하였다. 이 결과로 막대세포와 관련된 유전자들의 활성화를 감소시킴으로써, 막대세포 본연의 지위는 상실되고 오히려 원뿔세포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막대세포의 신분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망막의 퇴행을 멈추게 했고, 막대세포와 원뿔세포를 죽음으로부터 보호하게 되었다. 이 두 세포는 시각을 만들기 때문에 망막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안과 시과학 저널 학술지에 게재되었다.
막대세포는 RP 질환에서 가장 먼저 죽어가는 광수용체 세포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들을 연구 표적으로 삼았다. RP를 일으키는 대부분 변이 유전자들은 막대세포의 기능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게다가 원뿔세포는 생존을 위해 막대세포에 의지하기 때문에 막대세포가 사라지면 원뿔세포도 죽어간다. 그러므로 막대세포를 구하는 일은 원뿔세포를 구하는 일과 같다.
이번 치료 기술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비록 막대 세포를 변화시켜서 생존시킬 수 있지만, 막대세포가 만드는 시각(명암 또는 주변시야)은 더 이상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대세포의 정체성을 바꿔줌으로써 원뿔세포를 보호할 수 있다. 이러한 원뿔세포의 보호 작전은 환자의 중심 시력, 색상 그리고 밝은 곳에서의 시력은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뿔세포가 만드는 시력은 사물의 디테일을 파악할 수 있어 독서, 운전, 얼굴의 표정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Reh 박사는 관련 치료 물질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거쳐 장차 임상에서는 환자들이 알약으로 복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치료기술은 아직 망막에 막대세포가 살아있는 환자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관련 물질을 사용하여 RP 우성형인 RHO 변이 유전자와 열성형인 PDE6b 변이 유전자를 가진 쥐 실험에서 동시에 효능이 검증된 바 있어, 앞으로 여타 다른 망막 질환으로 연구를 확장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https://www.fightingblindness.org/research/a-change-in-identity-might-someday-save-vision-5076